최근 고양이와 조현병의 관련성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며 반려묘 보호자와 예비 보호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연구는 고양이와의 조기 접촉이 조현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람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었으며, 일부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 자체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의 해석은 신중해야 하며, 특정 연구 결과를 확대 해석하거나 오용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와 조현병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의 배경과 주요 내용, 이에 대한 과학계의 입장과 해석, 그리고 보호자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고양이와 조현병 연관성을 제기한 연구의 배경과 핵심 내용
2024년 상반기 호주 퀸즐랜드 정신건강연구센터의 연구팀은 25세 이전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조현병 발병과 유의미한 관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3,000여 명의 정신질환 이력을 분석하고 생활 습관 및 유년기 반려동물 양육 경험을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 고양이를 키운 사람 중 일부에게서 조현병 발병 비율이 평균보다 1.9배 이상 높다는 통계적 상관관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핵심은 고양이와의 단순한 접촉보다는 고양이 배설물에서 발견되는 기생충, 즉 '톡소플라즈마 곤디이'에 주목한 것이다. 이 기생충은 인간에게 감염될 경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의심되어 왔다. 해당 연구는 고양이로부터 전파되는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조현병 발병의 환경적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동시에 해당 연구가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증명한 것이 아니라, 통계적 연관성을 기반으로 한 관찰적 연구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처럼 연구 결과가 제시한 것은 고양이를 키우면 무조건 정신질환에 걸린다는 단정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감염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로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탐구의 일환이다.
과학계와 보건 전문가의 해석 – 오해와 진실 구분하기
해당 연구 결과가 알려진 이후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면 조현병에 걸릴 수 있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석은 과도하며, 연구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은 채 과학을 단순화시킨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톡소플라즈마 곤디이 감염 자체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익히지 않은 고기, 오염된 물, 흙을 통한 간접 감염도 많다. 실제로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이 기생충이 검출되는 경우는 전체 고양이의 일부에 불과하며, 특히 실내에서 생활하며 건강 관리를 잘 받는 반려묘의 경우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은 편이다. 또한 인간이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더라도 대부분은 면역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억제되며, 일시적인 감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과의 연관성 역시 톡소플라즈마 감염만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환경, 뇌 발달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고양이와 조현병의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미비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고양이에 대한 공포로 이어가서는 안 되며, 과학적 데이터는 맥락과 조건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반려묘 보호자가 실천할 수 있는 예방과 관리 방법
과학적 사실과 오해가 혼재된 정보 속에서 반려묘 보호자들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응은 정확한 위생 관리와 주기적인 건강 검진이다. 첫째, 고양이의 배설물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모래는 매일 교체하거나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배변 처리 시에는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며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고양이 배변을 직접 처리하지 않도록 권고된다. 둘째, 고양이의 외부 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 감염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내 생활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기생충 검사와 예방 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사료와 물은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고, 익히지 않은 생고기 급여는 피해야 한다. 톡소플라즈마는 날고기를 통해 고양이에게 전염될 수 있으며, 감염된 고양이가 다시 보호자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정기적으로 고양이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다.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고양이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혈액 검사나 기생충 검사 등을 통해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보호자 자신도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고양이와의 접촉이 조현병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생적인 생활 습관과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병행함으로써 감염성 질환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양이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 위안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존재이며,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책임감 있는 보호자 태도가 사회 전체의 반려동물 문화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